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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시, 팀장록수, 애플파이님

@applepip_c1k1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밝은 푸른빛이 창가를 통해 들어오고 약간은 서늘함이 느껴지는 바람이 함께 찾아와 체온을 찾아 따듯한 품으로 기어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단단한 두 팔이 저를 감싸 안아주었다.

 

"김록수. 슬슬 일어나야지."

 

방금 일어난듯 낮고 약간 갈라졌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와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정스럽게 머리에 입맞춰주는걸 느끼며 조금만 더 이렇게 있자고 잠에 취했다는 핑계로 어리광을 부려보면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손길이 있었다. 그 손길이 느려지는것을 느끼며 잠에 다시 빠져들 쯤 시끄러운 알림에 한숨을 속으로 삼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체를 들어 침대옆 탁상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만져 알림을 끄고 옆을 바라보면 다정스러운 눈빛으로 여전히 옆으로 누운체 자신을 바라보는 이수혁이 보였다.

 

"좋은 아침이야. 김록수씨."

 

"좋은 아침입니다. 이수혁씨"

 

서로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하고 까치집이된 머리를 정리해주며 가볍게 입맞추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는건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물론 출근을 하는 순간 그 기분은 깨졌지만. 같이 출근을 준비하고 같이 집에서 나와 차에 올라타 가는 내내 오늘은 일이 별로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거나 점심은 뭘 먹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괴물들이 없는 날 우리는 약간은 평범하게 일을 할 수 있었고 그때는 점심을 먹고 적당한 온도의 사무실에 잠이 찾아왔다. 책상에 엎어지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잠들면 문득 새벽의 손길이 생각이 나서 완전히 수마로 빠져들 것 같았다.

 

“졸지말아라.”

 

“아.”

 

머리를 가볍게 탁 치고 가는 느낌에 퍼뜩 정신을 차리자 갑자기 새벽의 공기를 맞았을 때 마냥 써늘해진 느낌에 몸을 움츠리자 따듯한 손이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고개를 들어 손의 주인을 쳐다보자 웃고 있는 팀장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자 헝크리듯이 거칠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졸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떨어지는 손길에 아쉬워 잠시 바라보았다. 어차피 일은 진즉에 끝났으나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을 뿐임을 모를리 없을테니 필시 머리를 쓰다듬어주려고 그랬을 뿐임을 알고 귀 끝에 열이 몰리는 것 같았다.

 

이수혁팀장과 사귀게 된 계기는 별거 없었다. 그저 날이 밝아오는 그 시간에 잠시 많은 김록수로써는 언제나 일어나기가 힘들었고 악몽을 꾸었을 때 팀장에게 자주 전화를 걸었고 결국 팀장은 자신의 열쇠를 김록수에게 건내주었다. 차라리 같이 사는게 낫겠다고 말하는 팀장에게 좋다고 말한 것으로 동거를 시작했었다. 악몽을 꿀때면 안아주는 품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어느세 사귀고 있었다.

 

이게 과연 사귀는게 맞을까? 싶었으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고 어느 순간부터 서로가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였다. 팀장은 허약한 녀석 자신이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냐고 말했고 김록수 역시 깜빡거리는 팀장을 자신이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냐며 서로 장난하듯이 말해왔었다.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한적이 없으나 그것에 우리는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사랑하고 있다는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익숙해진 시간인 새벽6시에 알람이 울리기전 몇분전에 깨어나는 것이 짜증이 났던때와는 달리 지금은 어느정도 좋아진건 언제나 옆에 있어 주는 팀장이 있기 때문임을 김록수는 알고 있었다. 그 짧은 몇분동안 체온이며 체향을 맡고 따듯한 손길을 다정한 목소리를 듣는다는건 기분이 좋았으니까.

 

잠시 또 새벽의 그 시간대를 떠올리고 눈을 감으며 그 시간에 살고싶다는 실없는 생각을했다.

 

*

 

“하늘 진짜 맑네.”

 

이런날은 소풍을 가야한다며 작게투덜거리는 최정수의 말에 선배들도 그렇다고 말했고 팀장은 그렇게 가고 싶으면 일이나 빨리 끝내라고 말하며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이미 자기가 받은 일들은 끝내고 여유가 남아 있는 김록수는 밖을 바라보았고 최정수의 말대로 날씨가 굉장히 좋았다. 이런날은 집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쬐며 팀장이랑 침대에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동안 다가온 팀장이 그 생각을 어찌 알았는지 집에가고 싶다는 생각을 벌써하냐고 말했다. 그런 팀장의 말에 쟤가 언제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냐는 정수에게 일을 안도와준다고 말하자 금세 다무는걸 보며 다시 한번 창밖을 바라봤다.

 

점점 날씨가 풀림에 따라 새벽6시는 새벽이 아닌 아침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밝아왔다. 쌀쌀한 바람은 그대로 였지만 더워서 떨어져 체온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것 보다는 나았기 때문에 이 날씨가 그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종종들었다. 그런 딴 생각에 빠지는 사이에 슬쩍 제 서류 위에 자신의 서류를 놓고가는 정수와 선배들을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팀장이 단숨에 자기일은 스스로 하라며 한 대씩 쥐어 박는걸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움찔였다.

 

*

 

“내일은 쉴 수 있겠죠.”

 

“그러길 바래야지.”

 

요 며칠 동안 빌어먹을 괴물자식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바람에 제대로 쉬는 날이 없는 것에 김록수는 그 어느때보다도 신경질적인 표정이 고정이 되어버린 상황으로 서늘한 그 인상은 그 신경질적인 표정이 합쳐져 그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모습이였다. 물론 팀원들은 그런 모습에 다가가지 않기는커녕 제일 약한 사람이 쓰러질까 걱정할뿐이였지만. 그리고 그중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팀장인 이수혁이였다. 눈밑에 거뭇한 다크서클을 혀를 차며 뺨을 감싼뒤 엄지로 슬쩍 쓸어보았다. 속상하다는 눈빛을 하고 바라보자 눈이 마주친 록수는 눈을 내리감고는 서늘하고 예민해보였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순하고 피곤해보이는 표정으로 제 손에 뺨을 부벼왔다.

 

그 모습이 귀여워 가만히 바라보다 눈가에 입을 맞췄다가 떼자 그제서야 다시 눈을 뜨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자연스레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으나 곧 그 둘을 바라보는 팀원들의 썩은 표정과 눈길을 깨닫고 그제서야 자신들만 있는게 아니였단 것을 알고 둘만의 세계에서 나온 둘은 팀장은 느리게 손을 내렸고 김록수도 장비를 다시 체크했다. 한동안 이걸로 놀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아주 둘이 방을 잡는 건 어때?”

 

봐라. 저 깐죽이 최정수는 벌써 놀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

 

오늘도 소풍을 가거나 땡댕이를 치거나 어찌 됐든 일하기 싫은 굉장히 맑은 날이였다. 구름마저 없었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해 기분좋게 불어왔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전화가 열이나도록 걸려오던 괴물이 나왔다는 연락조차 퇴근할때까지도 없어서 다들 오랜만에 내일은 쉴 수 있는거 아니냐고 신나서 떠들며 다같이 퇴근했었다. 김록수와 팀장역시도 내일은 늦게까지 잘 수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김록수의 주위에는 피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비명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타는 냄새가 피냄새와 같이 섞여들어와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아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것 같았다. 새벽에 갑자기 걸려온 전화는 다급했고 잠이 덕지덕지 붙어있던 얼굴을 찬물로 헹군뒤 너는 따라오지 말라는 팀장의 말을 무시하고 옷을 갈아입자 ‘말 좀 듣지 새끼’ 하는 소리 외에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외투를 던져주는 것을 받아챙겼었다.

 

빨리 처리하고 집에가서 출근을 하더라도 늦잠을 자고 출근하자고 생각하며 도착한 곳의 상황은 언제나와 같이 아수라장이였으나 그 어느때보다도 심각해보였다. 우리 외에 다른 곳에서도 사람들이 이미 많이 도착해 있었으며 역시나 빌어먹게도 이 구역을 관리하는 길드원들은 보이지도 않아 또 튀었다고 생각했으나 이 구역을 관리하던 길드원들은 이미 전멸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으니까.

 

예감이 들었다.

분명 지금 저 괴물과 싸운다면 우리는 중상을 입을거라고. 또 생각하기도 싫지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건 김록수만이 든 예감이 아닌 듯 심각한 표정의 팀장이 보였다. 막 도착한 팀원들이나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예감이 든 모양인지 긴장감이 돌았으나 모두 무기를 꺼내들었고 능력을 준비중이였다. 우리가 언제 목숨이 위험하지 않은적이 있었나?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살아서 돌아갔으니 이번에도 그럴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무섭다. 두렵다.

 

김록수는 겁쟁이였다. 겉으로는 크게 티가 나지 않았지만 자신보다 강하고 두려운 존재 앞에서 언제나 겁을 집어먹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자신을 눈치 채는건 지금 제 손을 꽉 잡아주는 팀장뿐이였다. 자신을 쳐다보지는 않았으나 제 손을 꽉 잡았다가 놔주는 손은 굉장히 따듯해서 언제나 진정이 되었고 지금역시도 김록수는 떨리던 손이 언제 떨렸냐는 듯이 멈춰있었다.

 

“가자. 내 새끼들아. 조금이라도 자야지.”

 

“오늘은 늦잠자도 봐줘요! 팀장님!”

 

“저 오늘 출근안합니다~!”

 

다들 긴장한걸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평소와 다름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며 김록수도 숨을 느리게 내뱉었다. 오늘도 우리는 다같이 출근해야하니까.

.

.

.

 

“빌어먹을! 록수야. 김록수!”

 

지금 말하지마요.

 

“넌 살아. 살아야해!”

 

팀장도 살거잖아. 왜 그렇게 말해요.

 

“새끼..그런 표정 짓지말고..”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언제나 따듯했던 손이 점점 차가워져가 제 체온을 나눠주려는 듯이 더 세게 잡으며 제 품에 안긴 사람을 내려다봤다. 피투성이였다. 큰 상처들은 지혈이 되질 않아 계속 피가 흘러 이대로 간다면. 이대로 간다면.. 지금 잠든 다른 사람들처럼 팀장도 잠들게 될 것 같았다. 오로지 김록수. 자신만이 죽지않을 정도의 상처를 입고 팀장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말을 듣고 있었다.

“..김록수.. 넌 살아야해...”

 

“팀장...”

 

“나 대신 살아.”

 

그 말이 저주 같다고 느껴졌다. 제 손을 마주 잡는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는게 느껴졌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 억지로 줘서 떨리는 것일 수 있고 죽음이 두려워서일 수 있으나 그런 것은 하등 상관이 없었다. 그저 지금 힘을 줄 수 있으면 더 버텨주기를 바랄뿐이였다. 제 표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이 점점 탁해지는 것이 그렇게 참담해질 수 없었다.

 

빈손이 힘겹게 들어올려져 제 뺨을 토닥였고 저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을 보고 눈이 크게 뜨였다. 천천히 벌려지는 입이 무슨말을 내뱉을지 눈치 챘음으로. 그 말은 방금전의 저주같은 말보다 더 두려울 말이라는걸 눈치챘으나 그 입을 차마 막을 수 없었다. 분명 그말을 듣는다면 난 죽고 싶을 테지만 그럼에도 그 말을 막을 수 없었다.

 

“사랑한다. 김록수.”

 

너무도 달콤하고 심장이 찢어질 것 같았음에도 웃음이 나왔다. 비겁하지 않아요 팀장? 지금 그 말을 했어야 했냐고요. 그 단어를 듣는다면 우리가 같이 일을 때려치고 같이 과수원을 차리든 같이 백수로 살아갈 때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그 말을 내뱉은 팀장의 손은 점점 느리게 밑으로 추락했으나 눈빛은 아직 빛이 남아있었다. 그러므로 김록수는 추락하는 손을 잡고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고 숨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입을 열어 단어를 겨우 뱉어냈다.

 

“..사..랑해. 이수혁.”

.

.

.

.

 

서늘한 바람이 불어옴에도 피할 수 있는 따듯한 체온이 없는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악몽같은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오전창   오전오후창

첫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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